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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제국은 힘으로만 건설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을 이루는 것은 막대한 군사력과 경제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앗수르 제국부터 서구의 무수한 제국들, 그리고 중국의 통일 왕조들을 이루게 한 것은 막대한 군사력과 경제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제국은 단순히 힘으로만 건설될 수 없으며,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를 통틀어 보건데, 군사력과 경제력만으로는 그 제국은 성립될 수 없으며, 성립되더라도 그 기간은 오래 갈 수 없다.

 

최소 100년, 200년 제국이 지배할 수 있으려면, 단순히 힘만으로는 부족하며, 헤게모니를 잡을 때에만 가능하다. 헤게모니란 안토니오 그람시가 개념을 잡고, 정치학계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피지배자가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지배자의 지배권을 말한다.

 

일례로 중국의 여러 통일 왕조가 조공을 통해 제한적으로 주위 왕조들과 부족들에게 힘을 행사했던 것은 단순히 군사력으로는 불가능했고, 바로 여러 요소들이 작용하여, 이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6세기 네덜란드는 당대 세계를 지배하던 스페인에 대항하는 힘을 결집한 대항 헤게모니를 가졌고, 그 결과 스페인을 누르고 유럽을 지배하는 제국이 될 수 있었다. 17세기에 들어와서는 영국이 자유주의에 기반한 헤게모니를 가졌기 때문에 19세기까지 자신의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고,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미국이 자유와 번영의 헤게모니를 가졌고 이를 세계에 납득시켰기에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반면, 20세기 초 독일과 일본은 군사력과 경제력의 문제도 있었지만, 이 헤게모니가 없었다. 독일의 레벤스라움(생활권)이나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이 제국을 형성할 헤게모니를 형성하였던가? 단연코 no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대신에, 소련은 상대적으로 미국에게 밀리는 경제력을 가졌음에도 냉전 시대 또 다른 축을 형성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만큼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가진 헤게모니가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오늘날 중국이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의지는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어떤 나라나 초강대국 또는 제국이 되려는 나라는 헤게모니가 있어야 한다. 1980년대 일본이 초강대국이 되지 못했고, 중국이 또 그러기 힘든 것은 다른 여러 이유가 있으나 헤게모니를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최소 지역 헤게모니를 가져올만한 역량은 극단주의 이슬람 쪽이 더 강하다. 이에 대항하는 만만치 않은 헤게모니가 있어서 그렇지.. 제국은 단순히 힘으로만 건설되지 않는다. 최소한 작은 국가조차 일어서려면 그 영토 내의 국민들의 동의와 지배권 수용이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그것도 없이 무슨 제국이 설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