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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오리엔탈리즘과 일본의 경제제제

에드워드 사이드라는 중동 태생의 학자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을 통해 유명해졌습니다. 그 책의 내용은 서구인들이 동양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투영하고 그 이미지에 따라 동양과 그 곳의 사람들을 바라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형태로, 일제 침략 이래 일본이 해왔던 작업도 그러합니다. "조센징은 두들겨패야 말을 들어"부터 시작해서, 일본의 식민지근대화론이라든지, 임나일본부 등의 학술적 작업도 그러한 것이죠. 얼마전 이슈가 되었던 한국인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는 이미지도 실상은 잘못된 자료에 근거한 것이었죠. 그러나 그 이미지를 만든 건, 일본과 그들의 생각에 영합한 뉴라이트들이었습니다. 그걸 확산해서 받아쓰고 있는 게 한국의 또 여러 언론들이죠.

 

에드워드 사이드가 드러내고 있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세동점의 식민지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피지배를 당한 사람들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번외로 제가 방탄소년단을 높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역사에서 문화의 주된 형태는 제국에서 주변부로 파급되는 형태로 이뤄졌습니다. 물론 에릭 홉스봄이 말한대로, 꼭 그런 것은 아니었고, 그 예로는 축구, 청바지, 재즈 같은 건 들 수 있습니다만.. 아무튼 미국의 절정기를 상징하는 것은 역시 콜라와 맥도널드였죠. 공산권의 자유화를 상징하는 것도 맥도널드 가게가 모스크바에 세워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식민지와 거듭된 전쟁으로 엉망이 된 최하층나라, 변방의 나라에서, 최강대국의 중심에서 환호를 받고, 거대한 콘서트를 여는 비틀즈로 비견되는 아티스트가 나온 것은 대단한 일이죠. 물론, 그 음악의 형태는 미국의 주류 형태였다고는 하지만,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오리엔탈리즘'의 상징이 아닌, 한 가수 자체로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유튜브라는 플랫폼과 코스모폴리탄적 사회가 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만, 대단한 일인 것은 사실이죠.

 

결국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사회적 배경으로나 세계관의 틀로서나 달라진 시대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이제 일본인이 만든 시각으로 규정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일본의 경제공격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결국 '한국이 일본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는 것이죠. 단순히 경제뿐만 아니라, 생각마저도 일본이 만들어낸 '한국인'의 틀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1919년 3.1 독립운동부터 이미 드러난 것처럼, 우리는 그 틀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경제적 틀도 그렇고, 생각의 틀도 일본의 의도를 벗어나는 것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런 일본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든지, 아니면 일본의 만든 틀에서 제국의 2등 시민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일본인이 만든 '한국인'의 허상을 자꾸만 체계화하고, 배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대는 달라져 있습니다. 이제 한국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제국의 2등 시민'자리를 그리워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제국주의 시대를 그리워하고, 제국의 그림자에 아쉬움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제국주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광복 이후를 살아가는 한국의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자유의 사람으로 부르심을 받은 한 기독교인으로서, 그런 삶을 저는 진심으로 거부합니다. 우리는 새 정체성을 입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식민지인으로서 노예 백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