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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사진

카메라 이야기: 스메나 35(CMEHA 35)

요즘 모바일 기기에 있어서는 스마트폰, 카메라 부문에 있어서는 DSLR 이야기 투성이입니다.

그런 블로그 포스팅을 볼 때마다 제 마음은 뽐뿌&좌절로 마감될 뿐이죠. 그 점에서 얼리어댑터들이 좀 밉습니다. 하하.

 

하지만 이와 같이 시시각각 바뀌는 유행과 IT 기술 발전 속에서 때때로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기 쉬운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여유, 삶의 내용, 나를 규정하는 정체성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네요.

기술도 유행도 중요하지만, 내 삶의 실질적인 내용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한번 쯤 제 삶도 돌이켜 보게 됩니다.

 

뭐, 이렇게 포스팅의 시작을 거창하게 알렸습니다만…

이번에 이야기드릴 내용은 시대를 거슬러도 한참 거스르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네요.

카메라 이야기 중에서도, 필름 카메라 이야기입니다.

물론 아실 분들은 다 아실 내용이라 이 포스팅이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스메나 35라는 카메라입니다.

필름 카메라이고 RF 카메라로 분류되는, 80년대 말~90년대 초에 소련에서 제작된 물건이지요.

원래 제겐 스메나 8M이라는 이것 이전 버전의 제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유명한 로모 사에서 만든 물건입니다만.

너무 노쇠하셔서 그만 조리개가 맛이 가는 바람에 그냥 이 물건을 사게 되었죠.

이 녀석의 특징으로 따지자면 좀 더 컴팩트하고, 플라스틱을 더 많이 사용해서 가볍고, 또 케이스가 가죽이 아닌 화학섬유로 된 물건이라는 것(?)

이 녀석은 사실 오랫동안 필름 비용과 저의 귀차니즘으로 말미암아 박스에 처박혀 있다가..

아이팟 4 뽐뿌가 올 때, 문득 생각이 나서 꺼내게 된 물건이지요.

사실 필름카메라는 필름 인화될 때까지의 인내와 두근거림이 있는 거 같아요.

물론 디카는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지만….

사진을 너무 남발하게 된달까나…

반면 필름 카메라는 필름이 아깝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아끼고 생각하며 찍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팟 뽐뿌가 오는 가운데

정신 없이 지르게 되는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의 차원에서 이 녀석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뒷면을 보셔서 알겠지만, 아주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필름카운터, 필름 감는 핸들, 되감는 핸들, 셔터까지…

현 시대의 디카에 비해서는 아주 단순한 구조이죠.

거기다 RF 카메라라.. 카메라 렌즈에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라

상단의 뻥 뚤린 구멍으로 보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셔터 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고

초점도 조절할 수 있으며

조리개 구멍을 조절함으로 광량조절을 통한 상황 별 대응도 할 수 있지요.

즉 나름 있을 기능은 왠만큼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로 따지면 왠만한 디카 똑딱이 역할을 담당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놀라운 기술 발전으로 말미암아 필름 카메라는 거의 밀려났고

그 가벼움 때문에 스메나 35는 토이 카메라 취급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스메나 35는 80~90년대 소련인의 일상과 함께 하고 그들의 모습을 담는 물건이었죠.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바뀐 것처럼 보이는 사회 현실 속에서

지금 이 스메나 35가 우리에게 뭘 말해 주고 싶은 것일까요.

 

저는 여기에 필름을 넣고 다시금 나의 삶을 찍어볼까 합니다.

필름 값, 스캔하는 시간이 귀찮을 수도 있지만

모두가 정신 없이 달려갈 때 한 발짝 천천히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아무리 유행과 기술 발전이 우리를 휩쓸어도…

실제 우리 삶과 그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이런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카메라를 통해 이를 알고 느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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